▶ 미, 대중 AI 전방위 규제
▶ 중, 칩·전기차 이어 AI 집중육성에 경제·산업 위협 가능성도 사전차단…과학기술협정 폐기 주장까지 나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패한 미국은 지난 10여 년간 동남아에서 무의미한 전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소련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릴 정도로 앞선 과학기술력을 자랑했으며 미군보다 많은 탱크와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은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무기 체계는 재래식 진공관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최첨단 반도체를 쓴다면 적진을 타격할 수 있는 정확도가 크게 올라 결국 소련을 단번에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저서 ‘칩워’에서 “반도체 산업은 미군이 미래의 전쟁에서 싸우는 방법을 바꿀 새 무기 체계가 등장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며 “미국의 힘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163쪽)”고 당시를 평가했다. 첨단 반도체가 미국과 소련의 전세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 전체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까.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전장을 반도체·전기차 부문뿐만 아니라 최첨단 산업으로 평가받는 인공지능(AI)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달 말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최종안을 발표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 AI 반도체 수출을 허가하는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에 수출을 할 때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WSJ는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의 범용 AI 그래픽처리장치(GPU) ‘A800’의 중국 수출까지 금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우려에 중국 내 A800의 가격은 2주 만에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우회로 차단에도 나섰다. WSJ는 “미국 정부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중국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중국 AI기업들이 미국이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첨단 장비 없이도 강력한 컴퓨팅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AI 분야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AI가 군사·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산업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열세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 분야에 우선 적용될 것을 미국은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AI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 투자도 옥죌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는 미국 벤처캐피털의 중국 AI 기업 투자 등을 조사하고 나섰다. 세부적으로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의 자회사 퀄컴벤처스 등 4개 벤처캐피털사의 중국 AI, 반도체, 양자컴퓨팅사 투자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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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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