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이 아무리 화가 나서 소리치다가도 누가 조용히 딱 한마디 내뱉으면 그 자리에서 뚝 멈추는 말이있다.
“Lighten up!”-즉 짧은 인생에 그까짓일로 눈부릅뜨고 목에 힘주냐고 핏잔을 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금방 언성을 낮추고 주섬주섬 변명을 해대기 시작한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여유있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처음에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인상깊게 미국인들에게서 배운것이 바로 이 여유있는 태도였다. 이런 생활철학과 반성의 태도 때문에 “사소한 일에 열내지 마라” (Don’t Sweat the small stuff)는 제목아래 결혼생활, 직장문제등 각종 주제별로 나온 책자들이 베스트셀러가 됐는지도 모른다.
한국사람들은 왜 사소한 일을 놓고 그렇게 핏대를 올리고 유별나게 구는가. 한가지 예로 얼마전 할로윈 풍습을 놓고 많은 한인교회들이 그날을 ‘마귀의 축제날’ 이라고 저주하며 교회 어린이들을 모아 ‘성스러운 주제’로 파티를 한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Lighten up’하라 해보고 싶다.
할로윈의 유래야 어쨌든 이날은 오늘날 미국사회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른은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 평소에 하지 못하는 장난, 혹은 되고싶은 가공의 인물이 되어보는 날이다. 이 피곤한 세상에 이런 날이 한번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것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나의 미국인 친구 가족은 할로윈때도 다른 명절처럼 마음껏 기분을 낸다. 집 앞의 큰 떡갈나무에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다 나무에 충돌해서 납작하게 들러붙은 마녀의 인형이 있고, 현관을 들어서면 해골바가지 신랑신부가 곱게 차려입고 반기는가 하면 새까만 왕거미(물론 장난감!)가 온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천장에서 내려온다.
만일 이런 집에 그 유별난 한인가족들이 왔다고 해보자. 아이가 집에서 교육받은대로 얼굴을 홱돌리며 “이것은 저주받을 마귀의 장난이야!” 했다면 그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노릇일까.
우리는 남보다 더 공부 잘하고 더 출세하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온 덕에 이젠 살만도 하게 됐건만 불행히도 만사를, 특히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느라 느긋이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즐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몇년 전 우리 꼬마의 친구들이 내게 지어준 별명이 생각난다. 재키 챈-처음에 나는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재키 챈은 중국인이며, 남자이고 ,별로 잘생기지도 않은데다가 우스꽝쟁이이다.
아이들은 그런 나에게 “재키 챈이 얼마나 좋아요. 굉장히 재미있고 인기좋은 사람인데요!”했다. 재키 챈의 영화를 즐기는 아이들로서는 그 별명이 최대의 찬사였던 것이다. 나는 일순간의 어리석은 선입관을 팽개치고 맞장구쳤다. 그래 멋진 별명이구나!
지금은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는 별명이고 아이들에게 내가 한방 멋지게 먹고 배운 교훈의 표적이다.
박정현 가주정부 전산시스템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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