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져 있던 졸업생들로부터 직장을 잃었다면서 직업알선을 부탁하는 전자메일을 근래에 들어 자주 받는다. 반면에 졸업생들을 보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하던 회사들로부터는 소식이 그친 지 한참이 된다.
우리 같은 공무원들은 경제가 좋다하면 그게 무슨 소리인지 실감이 나질 않는데 경제가 나빠지면 실감이 난다. 대학교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IT분야인 우리 과는 금방 영향을 받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최신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사지 못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이 힘들어진다. 예산삭감으로 교수진은 줄어드는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생수 증가로 학생상담, 교수회의 등 잔무는 더 많아지고 학생들의 불평도 잦아져 경제불황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닷컴 열풍이 한창일 때는 교육공학 전공인 우리 과 학생들은 졸업하기도 전에 멀티미디어 디자이너로 또는 교육공학 전문가로 교수인 우리들 월급보다 많이 받으며 모셔져 갔는데 근래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끝마친 사람도 직장 잡기가 힘들기는 역시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박사학위만 끝마치면 자동적으로 대학교에서 가르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좋지 못할 때는 더 힘들다.
지금 우리 과에서는 원거리 교육을 담당할 교수 한 사람을 구하고 있다. 원거리 교육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대학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고, 연구업적이 있고,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친화력을 갖춘 사람을 구한다는 공문을 미국 전역 신문과 인터넷, 그리고 교육공학 전문지를 통하여 일년 동안 광고를 냈다. 교육공학 박사과정이 있는 대학교에 공문을 띄우고, 학과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박사과정을 끝마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교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서 남녀 그리고 인종에 관계없이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대학 방침이며 교수 채용절차이다.
마감일까지 50여명의 신청자들이 원서를 보내왔다. 다른 해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이니 경제 탓인 것 같다. 신청자들 모두가 최소한 원거리 교육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기 위해 임원회가 구성된다. 네 명의 위원들이 1차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위원들끼리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서류를 심사한다.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10여명의 후보자들을 뽑아 2차심사로 전화 인터뷰를 한다.
컨퍼런스 콜로 행해지는 전화 인터뷰가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위원들은 똑같은 질문을 후보들에게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원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예비 조사하였는지를 알기 위해 왜 우리 대학에서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가 하고 묻는다. 후보의 전문지식을 감지하기 위해 무슨 과목을 가장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는지 묘사하여 보라고 한다.
자신이 교수로서 장점과 약점이 무엇인가. 원거리 교육에 대한 비전을 나누어 보라는 등의 질문을 전화 인터뷰 중 위원들은 돌아가면서 후보에게 한다.
전화 인터뷰가 끝난 후 캠퍼스 인터뷰를 하기 위해 3명을 뽑는다. 캠퍼스 인터뷰는 논문 발표, 위원회 인터뷰, 학과장 인터뷰, 학장 인터뷰 등 이틀 동안 진행된다. 위원회에서 선택된 최종 후보자는 학과장과 학장의 동의를 얻어 총장의 결재를 받아서 조교수로 임용된다.
수십 년을 헌신하며 공부한 후 어려운 교수 임용절차 과정을 통과하여 얻은 직장이 보수가 많으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조교수의 연봉은 5만달러 조금 넘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려면 아파트 세 내기도 어려운 월급이다.
다른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박사학위만 따면 자동적으로 교수로 채용되는 줄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친인척 중에 학위를 따고도 직장을 잡지 못해 고심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여 주고 경제 불황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졸업생들에게 따뜻한 말로 격려하고 위로하여 주었으면 한다.
김현덕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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