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한 몸으로 붙어 있었다고 한다.
남녀가 등을 맞댄 상태에서 머리는 둘, 그리고 눈, 팔과 다리가 각각 네개씩 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머리가 두 개여서 이 세상에 있는 어느 동물도 따라 올 수 없는 영특함을 가졌고, 눈이 네 개라서 사통팔방을 볼 수 있어 다른 동물의 공격으로 부터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팔이 네 개라서 먹이 사냥을 하기에 용이하여 늘 먹을 것이 주위에 즐비하였고, 다리가 네 개라서 동서남북으로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유사시 이동하기에 민첩하여 천재지변으로 부터 쉽게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인간은 자기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 자연적인 힘을 마구 사용하였다. 단순히 자기가 먹고살기 위해서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힘을 과시하고 축적하기 위해서, 그리고 소유와 지배를 위해서 인간끼리 처절한 싸움을 계속 하 였다.
하늘에서 늘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래 세상을 굽어보던 신이 마침내 큰 결정을 하였다. 칼을 빼들어 남녀의 등을 기준으로 둘로 나눠 떼어 놓았다. 인간의 소유욕과 지배욕구를 보여주는 신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돈을 최일선에서 거래하는 한 사람으로서 늘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인간의 욕구와 돈의 속성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눈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잡아 보겠다고 두손을 불끈 움켜진채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눈을 감는 순간에서야 비로서 두 손을 힘없이 펼침으로써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 우리 모두는 한 평생을 살아 가면서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주의가 최고조로 발달된 미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열심히 일을 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많이 모으는 것, 그 자체가 우리 인생의 자랑이요 보람이며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돈은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는 법이 없다. 아무리 우리가 돈을 애지중지하며 보관·관리하더라도 돈은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가차없이 떠 난다.
우리가 돈을 소유·관리·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돈 스스로가 주인을 선택하여 알아 본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돈은 무섭고 냉정한 놈이다.
우리가 “돈 돈~ 돈아~” 하며 큰 소리로 쫓아 다녀봐도 돈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제 갈길을 간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늘 짝사랑하게 된다.
어느덧 연말이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볼 수 있어 좋고, 묵은 한해를 훌훌 떨쳐버리며 희망찬 새해를 가슴에 품을 수 있어 좋다.
이 기회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욕구와 돈의 냉정한 속성 사이에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 한 번쯤 돈과의 궁합을 생각해 봄도 좋겠다.
박노형(한미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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