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가는 길목. 이 때쯤이면 최대 성수기를 맞아야 할 맨하탄 한인 상인들의 시장 경기가 얼음장처럼 차갑다. 지난해 테러 사태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이 곳 한인 상인들이 접하는 올해 연말 체감경기는 9.11테러 당시보다 오히려 더 냉각돼 벌써부터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업종 불문, 불황의 늪으로=지난 23일 저녁 8시경 맨하탄 브로드웨이 상가. 평소보다 1∼2시간 정도 연장해 문을 연 업소들에는 손님을 맞는 점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 보이지만 연중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 중임을 감안하면 스산하기 짝이 없다.
브로드웨이 28가에서 의류·잡화점을 7년째 운영하는 김(51)모 사장은 "연말이면 돈이 돌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난해 보다 더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며 "장사 길에 나선이래 올해처럼 경기가 나쁘기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정(46) 모씨도 "연말경기가 30년만에 최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며 "겨울 의류마저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액세서리 업종은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웃해 있는 32가 한인타운의 상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말 특수를 겨냥해 상점마다 각종 할인혜택과 사은품을 제공한다는 광고물이 현란하게 내걸려 있지만 정작 상인들에게는 연말의 풍성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의류점과 선물가게는 물론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렸던 음식점들과 술집들도 허탈해 하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액이 지난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 지역 상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파격적인 세일행사를 해가며 고객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겨 보았지만 역부족"이라며 "매출이 지난해보다 30∼40%는 떨어지는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명품점 그나마 이름값=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에 대한 한인들의 소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코스모스 백화점의 경우 연말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명품을 찾는 20∼30대 초반의 고객들로 예상 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
또한 고급 액세서리와 양주 등 고가 품목을 판매하는 상점들 역시 전반적인 불경기 여파로 매출은 평균 20% 정도 줄었지만 연말 장세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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