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유럽 공동체에서 1999년 7월 발행한 유로화가 9일 연속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원화와 엔화도 달러화에 대하여 1,166원, 117.7엔에 각각 거래되는 등 달러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같이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이유는 세계 최대 투자펀드인 핌코가 달러화의 약세를 예상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고 특히 미국과 이라크 전쟁의 시기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국내경제가 조만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약세는 부시 행정부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감이 없지 않다. 강한 달러 정책은 1993년 클린턴 행정부 출범 당시 골드만 삭스 공동회장인 로버트 루빈이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취한 정책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을 가장 괴롭혀 온 것은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 국가’의 오명이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해마다 누적돼 달러가 폭락, 달러당 76엔에 거래됐으며 50엔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주요 빌딩들은 속속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 갔으며 LA 한인타운의 근간이 되고 있는 올림픽과 윌셔가의 큰 건물들이 한국에서 넘어온 강한 원화에 속속 팔려 나갔다. 당시 유행하였던 말이 ‘서울 부자, LA 거지’였다. 루빈 장관은 쌍둥이 적자중 하나인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강한 달러’ 정책을 과감히 도입하였다.
달러를 강세로 전환, 해외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기 위하여 떠돌아다니던 부동자금(Hot Money)을 미국으로 유입시켜 침체에 빠진 국내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 창출과 국민 소비지출을 늘리며 세수를 확보함으로써 재정적자를 극복하겠다는 안이었다.
그의 정책은 성공하였다. 너무 성공해서 1997년도 말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외환위기라 불린 IMF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때 유행하였던 말이 ‘서울 거지, LA 부자’였다. 환율의 변동, 즉 달러의 약세 강세에 따라 ‘서울 부자, LA 거지’가 ‘서울 거지, LA 부자’로 변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 이후 첨단 기술주의 거품 붕괴, 대폭적인 세금 감면조치, 그리고 9.11 테러사태 이후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기업의 투자감소와 국민의 소비지출 축소로 그간 유지되어 온 재정흑자 기조가 재정적자로 바뀌고 있다. 향후 재정적자가 이어질 것이 예상되는 바 어느 선까지 환율의 하락을 용인함으로써 쌍둥이 적자중의 하나인 무역적자폭을 줄이고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집요하게 환율하락을 요구하여 온 미국 자동차협회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 같다.
한국 내 대기업에서는 올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00원까지 하락할 것에 대비하여 사업계획을 이미 재편성하였으며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JP 모건에서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지금보다 20%까지 하락, 1,000원대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큰 이익과 큰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경험한 바 있다. LA 한인들도 달러화 하락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박노형/ 한미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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