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실험 하나 해보기를 권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30초 동안 무엇이든 생각해도 좋은데 단지 흰 곰(white bears)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떠한가? 추측하기는 지난 일년동안 흰곰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하지 말라고 부탁한 그것이 갑자기 의식에 커다란 자리를 차지한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 와그너(Daniel Wegner)의 ‘반어적 과정이론’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통제하려고 할 때, 자신의 통제를 방해하는 그 반대의 정신작용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흰곰에 대해 생각하면 안돼 라고 했을 때, 우리 정신의 오퍼레이터는 다른 것을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신의 모니터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흰곰을 생각하지 않도록 감시한다. 따라서 흰곰을 생각하지 않도록 오퍼레이터를 도우려는 모니터의 작용이 오히려 그것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무슨 비밀을 간직하고 그것을 어떤 사람에게 감추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계속해서 우리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비밀을 감추려고 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마다 자신의 모니터가 소리친다. “너 비밀이 있잖아. 알게 하면 안돼!” 비밀을 간직하는 것은 많은 힘과 노력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렇다면 간단한 이야기를 꾸며낸 거짓말은 어떤가? 거짓말을 유지하는 것이 비밀을 감추는 것보다 더 어려울까?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꾸며낸 이야기는 진실을 감추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밀보다는 덜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 또한 비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받는 부정적 결과는 마찬가지다.
비밀과 거짓을 간직하고 있을 때 정신과 육체적 상태에 변화가 온다. 느긋하고 여유 있던 성격이 긴장과 초조, 지치고 울적한 느낌 사이를 오고가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두통과 위통이 생기고, 잠도 설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는 꿈을 꾼다.
떳떳하지 않은 비밀은 갖지 말고,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괴로운 일들은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가족과 친구, 상담가나 하나님(초월자)께 이야기하는 것이 몸과 정신의 건강에 좋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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