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거래의 절반 차지… 차압매물 소진에 ‘일등공신’
세금 크레딧·낮은 가격이 호재로 작용
FHA 융자 인기, 지난해 1,800억달러
“전반적 주택가격 끌어 내린다” 비판도
켈리 버틀러는 바긴 매물을 차지했다. 그녀가 최근 구입한 집은 엉망인 화장실 벽과 걷어 내야 할 카펫, 그리고 부서진 옷장 등으로 말도 아니었다. 또 새로 플러밍을 하고 타일을 깔아야 하는 상태였다. 어쨌든 버틀러(27)와 그녀의 남편 짐(28)은 요즘 새로운 주택구입 층의 얼굴을 대표한다. 헐값에 차압 매물을 구입, 수리해 거주하는 첫 주택구입자들이 그들이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요즘 팔리는 집들의 45%가 이 카테고리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런 구입자들은 기존주택 판매에 주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첫 주택구입자들은 3월 주택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저가 주택시장에서 비중이 높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차압주택 거래는 미 전국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을 끌어 내리기 때문이다. 이런 주택들은 통상 가격보다 20% 정도 싸게 팔린다.
주택시장을 추적해 온 경제학자들은 이들 구입자들은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을 낮추고 있는 과잉 공급 물량을 소화함으로써 부동산 업계가 침체에서 빠져 나오도록 돕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조짐은 안 팔린 집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3월말 현재 주택재고는 374만 채로 1.6% 감소했다.
버틀러 부부는 지난 1월31일 이사한 이후 집수리에 힘을 쏟고 있다. 3% 다운을 하고 그들은 커네티컷 스트랫포드의 3 베드룸, 2 배스 주택을 21만3,000달러, 고정 모기지 금리 5.5%로 구입했다. 이 가격은 전 주인이 몇 년 전 지불했던 가격보다 35% 이상 싼 것이다. “밖에서 보면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런 집들이 잘 팔린다. 경매 경쟁이 붙을 정도”라고 사무실 임대회사 매니저인 켈리는 말한다.
주택전문가들은 낮은 이자율과 첫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8,000달러 세금 크레딧, 그리고 일부지역에서 20% 이상 하락한 주택가격 등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널려 있는 수백만채의 이런 주택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NAR의 수석경제학자인 로렌스 윤은 “오픈하우스를 하면 많은 첫 주택구입자들이 찾아온다. 세금 크레딧과 유례없이 낮은 이자율에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켜보고 있던 구입자들이 시장에 뛰어 든다는 것은 좋은 징조이지만 낮은 가격의 주택거래는 주택가격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기도 하다. 2월에서 3월 사이 가격이 좀 오르긴 했지만 전국의 기존주택 중간가격은 17만5,000달러로 지난해 3월에 비해 12.4%나 떨어졌다. 차압주택 거래 활성화가 주요 원인이다.
또 가격만 보고 이런 주택 구입에 나섰던 사람들은 집수리를 하느라 그동안 모아온 돈을 전부 쏟아 부어야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2008~2009년 화장실 리모델링 전국 평균 비용은 1만6,000달러, 부엌 리모델링은 5만6,000달러, 그리고 지붕은 1만8,825달러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기지 서비스사의 한 관계자는 “그래서 우리는 경매에서 집을 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적절한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차압 매물을 매입하는 추세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차압률이 높은 지역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집에 널빤지가 붙어있고 잔디가 훌쩍 자라있던 지저분하던 동네가 탈바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는 차압률이 높은 10개주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보다는 12%가 줄었음에도 여전히 두 번째로 차압률이 높은 주로 기록되고 있다. 주택 73채당 1채 꼴로 차압됐다. 전 주인들이 집을 엉망으로 해 놓고 떠나 어떤 은행들은 주택을 시장에 내 놓기 위해 돈을 들여 손을 봐야 할 정도이다. 이런 매물들과 낮은 가격에 힘입어 플로리다의 주택판매는 1년 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템파의 ‘집리얼티’사 에이전트인 수전 화이트는 “놀라운 일을 목격하고 있다. 내 비즈니스가 하룻밤 사이에 3배나 늘었다. 이제 이 동네에서 잔디가 자라고 모기가 들끓던 집들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첫 주택구입자들은 집을 렌트하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싸다는 말들을 한다. 은행 소유 매물들은 여러 건의 오퍼를 받으며 요구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융자 얻기는 주택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6년처럼 쉽지는 않다. 구입자들은 크레딧이 좋아야 하고 서류로 증명되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또 다운페이도 많아야 한다. 2008년 첫 주택구입자들의 중간수준 다운페이는 4%로 2007년의 2%보다 많았다. 많은 구입자들은 3.5%의 다운페이를 요구하는 연방주택국(FHA) 융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7년 590억달러였던 FHA 단독주택 융자액은 2008년 1,800억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허름한 주택을 사는 일은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수리 때문에 이사가 늦어지기도 하고 은행을 상대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부진했던 리모델링 비즈니스에까지 연쇄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지난 3월 잠재적 첫 주택구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3 이상이 나쁜 경제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입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응답했다. 또 80%는 주택가격이 감당할만한 수준이며 68%는 6개월 전보다 집을 사기가 더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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