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간 지난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정무수석, 정의당 노회찬·바른정당 주호영·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임종석 비서실장. <연합>
‘내년 개헌’ 약속..“야당에 선물이자 여권의 승부수”
문 대통령, 5당 원내대표 오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재확인
개헌 논의 본격화..권력구조, 선거구제 등 쟁점 많아 “산 넘어 산”
“내년 개헌 약속은 야당에 대한 선물이자 여권의 전략적 승부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대선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자 정치권에선 이런 얘기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이 내년 개헌을 약속함으로써 국회 차원의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뒤 개헌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역대 대통령 중 임기 초에 개헌론을 제기한 경우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스스로의 말에 많은 강박 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개헌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중반에는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개헌론에 제동을 걸어왔다. 심지어 대선 때 DJP(김대중+김종필) 합의에 따라 내각제 개헌을 공약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기 개헌론에 제동을 걸다가 결국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반면 대선 과정에서 개헌에 소극적이었던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개헌 카드를 꺼냈다. 문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일단 개헌을 선호하는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개헌론을 테이블에 올린 것은 야당 지도부에게 ‘선물’을 준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6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진 지 30년이나 흘러 변화된 시대정신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란 명분도 작용했다.
또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정치적 득실로 볼 때 불리한 게 아니라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 대체로 집권 1년 차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나 총선에서는 여당이 유리하고, 2년 차에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여야가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민의 뜻을 담아 실시하는 국민투표에서는 대체로 찬성표가 많이 나온다. 따라서 찬성 가능성이 높은 국민투표와 함께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동반 효과’로 여당에 유리한 지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할 경우 여당에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개헌 카드는 전략적 승부수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공약 준수, 야당과의 협치 포석, 유리한 지방선거 지형 유도 등 1석3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여야가 대선 전부터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금년 1월부터 가동해온데다 문 대통령까지 개헌론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개헌 논의는 일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명이 넘는 의원들이 개헌론에 찬성하고 있어서 개헌 논의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개헌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개헌 쟁점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보여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핵심 쟁점은 5~6가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권력구조와 정부형태이다. 권력구조로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외에도 4년 중임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여러 갈래가 있다. 국회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결국 분권형이 가미된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 개헌특위 간사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도출해 국민투표를 하자고 뜻을 모았었다. 문 대통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공약한 적이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막으려면 직선 대통령과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약했다.
또 다른 쟁점은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의 연계 문제이다.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등은 다당제를 유도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으나 한국당에는 양당제와 친화성이 있는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더 많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쟁점은 헌법 전문 수정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거듭 약속했는데, 개헌 논의 과정에서 이념 논쟁 성격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여당인 민주당과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은 이에 찬성하는 반면 한국당은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행정수도를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현재 국회의원들의 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새로운 개헌안을 언제부터 적용하느냐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또 개헌 국민투표를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할지 여부도 또다시 의제가 될 수 있다.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지방선거 전후에 실시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회와 정부 중에 누가 개헌 논의를 주도할 것인지도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일단 국회가 논의를 주도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국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졌으니 정부에 구태여 개헌특위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 개헌특위가 있으니 이 특위를 통해 질서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개헌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러 쟁점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반부터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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