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외환시장 뿐 아니라 래퍼들 사이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 힙합 랩 가사에서 달러 대신에 유로화나 일본 엔화, 멕시코 페소화 등 외국 화폐가 등장하는 비중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랩 가사를 모아둔 웹사이트 ‘랩지니어스’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유로화가 등장한 곳은 단 1곡, 엔화도 2곡에 불과했다. 페소화의 경우는 6곡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유로화를 가사에 언급한 곡이 7곡, 엔화의 경우 10곡, 페소화는 40곡으로 늘어났다. 인도 루피화나 러시아 루블화, 영국 파운드화를 언급한 가사도 있었다.
래퍼 레미 뱅크스는 ‘콜드 월드’라는 곡에서 “유로, 파운드, 엔화로 가득 찬 수영장에 뛰어든다”는 표현을 썼고, 레미 마는 “색깔 있는 돈에 대해 말하는 거야. 보라색 엔화와 푸른 디르함”이라며 이국적인 아랍에미리트(UAE) 화폐(디르함)를 언급했다.
이처럼 랩 가사에서 달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게 된 것은 래퍼들도 달러가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크리스 스미스 남가주대 교수는 “래퍼들도 달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중국이 뜨고 있고 다른 경제 강국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에는 제이지가 ‘아메리칸 갱스터’라는 곡 뮤직비디오에서 분홍색 유로 다발을 들고 등장한다. 윌리 맥스웰은 WSJ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가장 가치가 많이 오른 유로화로 돈을 받고 싶다며 “나는 달러를 원하지 않아. 우리는 유로화를 원해”라고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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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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