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마지막 무상 병물 확보 위해 다시 긴 줄 늘어서
2년 전 수돗물 납 오염 사태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 시가 새로운 국면의 '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9일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시간 주 정부가 플린트 시 상수도 수질 개선을 자신하며 병물 무상 지원 프로그램 종료 방침을 발표하자 시 정부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시간 주정부가 2016년 1월부터 플린트 주민들에게 병물을 무상 배급해온 센터 4곳의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각 센터 앞에는 마지막 남은 분량의 병물을 확보하려는 주민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플린트 시 수질 복원을 위해 노력한 결과, 상수도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이제 더이상 병물은 필요 없다는 과학적 데이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4차례에 걸친 6개월 단위의 수질 관찰 결과, 플린트 시 수돗물이 미 연방의 '납·구리 규제'(Lead and Copper Rule·LCR) 기준치 이하로 측정됐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테스트상 '고위험'으로 분류됐던 지역 수돗물 샘플 90%의 납 수치가 연방 기준 15ppb(parts per billion)보다 낮은 4ppb 이하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수용 필터와 카트리지, 수질검사 도구는 당분간 계속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 당국은 "플린트 시는 2014년 시작된 납 수돗물 사태에서 아직 회복 중"이라며 주 정부의 성급한 결정을 비난했다.
캐런 위버 플린트 시장은 "병물 무상 공급 중단 사실을, 발표가 나오기 직전에야 알았다. 주민들은 패닉 상태"라면서 "상수도관 교체 공사가 끝나고 근본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 될 때까지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시간 주 정부와 플린트 시는 납 수돗물 사태라는 재앙을 불러온 노후된 수도관 1만8천여 개를 오는 2020년까지 교체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6천200여 개의 교체 작업이 완료됐다.
공사 비용 가운데 8천700만 달러(930억 원), 최대 9천700만 달러(1천30억 원)는 미시간 주정부가 부담하고 3천만 달러(약 320억 원)는 미 연방 환경청 지원기금에서 충당된다.
플린트는 디트로이트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10만의 쇠락한 공업도시다. 휴런호를 상수원으로 하는 디트로이트 시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다가 2014년 4월부터 예산 절감을 위해 식수원으로 부적합한 플린트 강에서 물을 끌어오기 시작한 후 수도관 부식이 촉진돼 납 오염 사태를 맞았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조사 결과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 플린트 공립학교 급수 시설의 납 수치는 61ppb에서 2천800ppb에 달했다.
지역 주민들은 물 맛과 냄새가 이상하다며 불만을 터뜨렸으나 당국은 1년 이상 "수질에 이상이 없다"며 수돗물 사용을 중단시키지 않았고, 결국 3천 명의 어린이가 납중독 또는 중금속 오염에 의한 질병을 앓는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사태가 표면화됐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2015년 12월 비로소 플린트 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병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플린트 시는 부식된 수도관에 인산염 피막처리를 하고 상수원을 디트로이트 상수도 시스템으로 다시 바꿨다.
하지만 주민들은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게 됐고, 정부 당국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검찰에 기소된 주 정부 및 시 정부 공무원은 15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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