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들의 겨울 필수품 중 하나는 스노부츠다.
굳이 눈 덮인 공원에 가서 썰매를 타거나 눈싸움을 하지 않더라도 방수와 방한 기능을 갖춘 부츠가 없으면 일상생활에서도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린 뒤 뉴욕시 거리에서 길가로 밀어놓은 눈 더미를 하나도 밟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반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눈이 쌓인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금세 양말이 흠뻑 젖는 불쾌한 경험을 하기 쉽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뉴요커들이 스노부츠를 꺼낼 필요가 없어졌다. 겨울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돼가도록 폭설은커녕 아예 눈 자체를 볼 수 없는 역대급 '눈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빗방울이 잠시 눈으로 변해 공중에 뿌려지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바닥에 닿자마자 녹아버려 쌓이지는 않았다.
뉴욕포스트와 NBC뉴욕 등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마지막으로 관측 가능한 눈이 내린 날은 지난해 3월 9일이다. 이후 이번 달 21일까지 무려 319일째 뉴욕시 5개 자치구에서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만약 오는 25일까지 눈이 오지 않는다면 1972∼1973년 세워진 역대 최장 눈 가뭄 기록(322일)을 경신한다고 폭스웨더는 전했다.
웨더채널은 25일께 뉴욕시에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으나, 예상 기온이 온종일 영상이어서 관측 가능한 눈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또 오는 29일까지도 눈 가뭄이 지속될 경우 뉴욕시에서 역대 가장 늦은 첫눈 기록도 바뀐다. 지금까지 뉴욕시에서 가장 늦은 첫눈은 1973년 1월 29일이었다.
1월 말까지도 눈 구경을 할 수 없게 된 시민들은 '도대체 눈이 오긴 오는 거냐'라며 눈 없는 겨울을 화제에 올리는 분위기다.
뉴욕시에 사는 패트릭 람추레지(73)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너무 오래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게 너무 걱정된다"면서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람추레지 씨의 지적대로 눈이 사라진 것은 유달리 따뜻한 겨울로 인해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NBC뉴욕은 기후변화와 라니냐(적도 부근의 동태평양에서 해면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눈이 덜 내리는 데다 라니냐가 미 동부 해안에 따뜻한 공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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