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최일선에서 거래하는 한 사람으로서 늘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돈의 가치이다. 돈의 가치를 알아 보려면 예를 들어 100달러를 써보면 안다. 마켓에 가서 일주일치 식료품을 사 볼 수도 있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영화구경과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백화점에 가서 생활필수품을 살 수도 있다. 돈의 가치는 돈을 지출하였을 때에 나타난다.
우리는 또 미국에 살면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여행과 사업등으로 달러를 외국돈과 교환하게 된다. 즉 1달러당 한국돈 1,200원과 교환하였다면 우리는 이를 돈의 교환가치라 한다. 위의 돈의 가치, 지출의 가치와 교환의 가치는 일단 돈이 움직였을 때 나타나는 가치이다. 그렇다면 돈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상태에서 돈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노출를 꺼린 현금 1만달러를 단지 보관한다는 차원에서 냉장고나 침대 혹은 은행의 안전금고에 넣어두었을 때 1만달러는 그저 1만달러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 돈을 가지고 제도 금융권으로 들어 오게 되면 일정한 규모의 이자가 발생하게 된다. 즉, 돈 1만달러에 대한 진정한 돈의 가치는 일정 기간에 발생된 이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은 돈의 가치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주식이 폭등하던 2000년 1만달러를 연 7.0% 3년 만기 확정금리 상품인 CD에 투자하였다면 이 투자가는 매년 700달러의 이자를 받게 된다. 그러나 주식이 폭락한 2002년에 똑같은 금액을 연 2.0%인 CD에 투자하였다면 이 투자가는 매년 200달러의 이자를 받게 된다. 돈의 가치는 투자한 이자율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다 간단히 말하면 돈의 가치는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가 높을수록 돈의 가치는 올라가고, 이자율이 떨어질수록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그래서 1백만달러를 가지고 은퇴한 부부가 3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7만달러의 이자수입으로 편안한 노후생활을 즐겼으나 이제는 금리가 땅에 떨어져 연 2만달러의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다시 산업현장으로 복귀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지난 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방금리를 1.75%에서 1.25%로 인하하였다. 돈의 가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돈의 가치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시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금리를 전쟁용 프리미엄까지 포함하여 큰폭으로 인하시키고 있는데 시장실세 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하고 있다. 즉 우리가 늘 접하는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과 10년 국채 수익률이 시장에서 각각 상승된 5.05%와 4.18%에 거래됨으로써 그동안 바닥을 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40년만의 최저금리는 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를 촉발시켰고, 채권수익률의 최저 하락 (채권가격의 최고 가격)은 신규채권투자에 대한 메릿 상실과 기존 채권 투자가 들의 이익실현을 위한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 만연, 그리고 금리는 이제 더 떨어져 봐야 0.25% 인하에 그치고 내년 상반기 부터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금융시장에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금융시장에서 실세금리가 바닥을 치고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는 징조는 돈이 어디론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박노형 한미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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