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투자·새로운 시추기술 결실… 상반기에만 100억 배럴 발견
석유업계는 유가 하락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에 흥분을 다시 안겨준 일련의 대형 유전 발견으로 뜨겁게 달궈져 있다. 5개 대륙을 아우르는 대형 유전들의 발견은 유가가 치솟던 이번 세기 초부터 시작된 집중 투자와 바다 속 더 깊이, 그리고 단단한 암반을 뚫고 시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힘입은 것이다. 아나다르코 석유회사의 제임스 해킷 회장은 “일련의 유전 발견으로 더 큰 탐사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수십 개 나라에서 200여 곳 확인
2000년 이후 가장 활발한 페이스
저유가 지속 시 생산 감축으로
수년 후 석유부족 사태 올수도
올 들어서만 수십 개 나라에서 200건이 넘는 유전 발견이 보고됐는데 이 가운데는 이라크 북쪽 쿠르드 지역과 호주, 이스라엘, 이란, 브라질, 노르웨이, 가나, 러시아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이 엑손 모빌과 같은 국제적 거대 기업들에 의한 것이지만 털로우 오일 같은 잔챙이 기업들에 의한 발견도 있다. 이번 달에만도 거대 석유회사인 BP는 멕시코 만에서의 유전 발견 사상 가장 클지도 모르는 심해 유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아나다르코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연안에서 ‘흥분할 만한 전망 좋은’ 유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매년 석유회사들이 수십억 배럴의 새로운 유전을 발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올해의 페이스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다. 금년 상반기에만 새로이 발견된 석유가 100억 배럴에 이른다고 IHS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소는 밝혔다. 지금 같은 페이스로 발견될 경우 금년도 발견 량은 2000년 이후 최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했다가 급속히 들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많은 석유가 묻혀있으며 발견과 추출이 어렵기는 하지만 특히 해양저에 많은 양이 매장돼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전히 가격과 기술개선 속도가 석유 생산 능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최근의 유전 발견을 업계가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떨어지는 원유가격이 활발한 탐사에 제동을 걸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 경제는 취약하고 원유가격은 지난해 최고치에 이른 후 떨어졌다. 또 기업 수익은 줄어들고 석유수요는 감소했다.
원유가격은 지난 해 12월 배럴당 34달러까지 폭락한 후 두 배가량 올라 현재 배럴 당 70달러 선에서 안정됐지만 경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다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석유회사들은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석유회사 고위 관계자들은 배럴 당 60달러 선 이상의 가격은 유지해야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탐사 붐으로 발견되는 것은 석유뿐이 아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석유회사인 렙솔은 이번 달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대규모로 추산되는 천연개스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 사이에 석유회사들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천연개스 매장지들을 발견했는데 이런 발견은 종래 시추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혈암을 깨고 이뤄진 것들이다. “현재 탐사 팀들의 첫 번째 질문은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다”라고 리비아와 브라질의 코노코필립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로버트 프라이클런드는 말했다.
최근 탐사와 관련한 지출이 폭등했다. 이것은 철강 가격에서부터 심해 굴착기 렌트 비용 등 업계의 전반적 비용이 두 배 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탐사의 수준은 유지하면서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느냐가 업계가 당면한 큰 문제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점에 달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시추 비용은 평균 15~20% 정도 떨어졌다. 탐사는 여전히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비즈니스다. 일부 심해 탐사는 1억달러가 소요되기도 한다. 탐사 가운데 30~50% 정도에서 석유가 발견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하락하는 원유가격이 탐사에 제동을 걸 경우 향후 몇 년 내에 석유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랑스의 거대 석유기업인 토털의 크리스토프 드 마저리 회장은 이런 부족 위기가 2015년을 전후 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우려는 석유수출국 기구의 압둘라 알-바드리 사무총장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원유가 하락이 석유수출국 기구들의 투자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도 원유가격을 둘러 싼 불확실성 때문에 석유 생산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상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900만 배럴에서 1,250만 배럴로 늘렸던 1,000억달러 프로그램을 끝내겠다는 뜻을 얼마 전 피력했다.
최근의 주요 유전 발견이 상당하기는 해도 1970년대의 초대형 유전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알라스카 프루드호 베이와 북해의 에코피스크 유전, 멕시코의 칸타렐 유전 등이 그것이다. 이런 발견들조차 2000년의 카스피 해 카샤간 유전 발견에 비하면 초라하다. 이 유전에는 200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아직 또 다른 카샤건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의 발견들도 대단하다”고 에디버그의 컨설팅 사인 우드 매켄지의 탐사 담당 매니저는 평가했다.
1980년대 초기 이후 유전 발견은 세계 석유 소비량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해 석유 소비량은 310억 배럴이었다. 대신에 석유회사들은 기존 유전에서 원유를 더 찾아내는 방식으로 생산을 늘려왔다. 또 캐나다의 타르 모래나 베네주엘라의 중유처럼 비전통적 방식으로 석유를 얻기도 한다. 지난 2년 간 석유업계의 발견실적은 개선됐다. 캠브리지 에너지 리서치사에 따르면 석유회사들은 지난 2년간 탐사와 기존 유전 확대를 통해 생산량보다 더 많은 석유를 찾아냈다.
올 해 대형 유전 발견 가운데 하나는 소규모 회사인 헤리티지 오일에 의해 이뤄졌다. 이 회사는 북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매장량 20억 배럴의 유전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금년 말 이전에 또 다른 유전 시추를 계획하고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대형 유전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쿠르드 지방정부는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
한편 멕시코 만에서의 BP의 유전 발견은 이 지역이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원유 매장지의 하나임을 보여준다. BP는 티버 유전에 40억에서 6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미국 내의 석유 소비를 1년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양이다. 셰브론의 탐사 담당 부사장인 바비 라이언은 “내가 이 업계에 몸담은 30년 동안 멕시코 만은 수도 없이 ‘죽은 바다’로 불렸다. 그런데도 이곳은 계속해 스스로를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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