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기빙 휴일을 맞아 게으른 하루를 보내고 늦은 오전에 눈을 떠 컴퓨터를 켜니, 인터넷은 온통 안철수 후보의 사퇴 관련 기사로 가득했습니다. 전날 친구들과 뒤늦게 단일화 후보 토론을 보고 바로 잠든 터라 한동안 멍하니 컴퓨터 스크린을 쳐다보았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가져올 대선 판도 변화,” “후보 사퇴 배경.” 여러 추측과 해설이 가득한 기사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가득 메웠지만, 그 중에서도 후보 사퇴 기자회견 뒤편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진심캠프 일원들의 사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제 곧 스스로 “킹 메이커”의 자리에서 걸어 나가야 할 누군가가 밤새 잠 못 이루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습니다.
작년 개봉한 조지 클루니의 영화 “킹 메이커(The Ideas of March)”의 주인공 스티븐이 자신이 열정을 다하던 선거 캠프에서 해고된 후, 순수한 열정을 다하던 정치의 진실을 알게 되며 느끼게 되는 피로감을 그 누군가도 겪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킹 메이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미국 민주당 후보 경선에 뛰어든 젊은 선거 전략가가 권모술수로 가득한 정치의 일면과 맞서 싸우다가 결국 자신도 정치적 타협과 “딜 (deal)”의 전문가로 전락하는 모습을 통해 미국 선거 캠페인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정치 컨설턴트들과 선거 전략가들의 실상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감에서 비롯한 상실감을 전달해줍니다.
새로운 정치, 혁신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주자가 되어 이상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을 많은 정치 초년생들과 선거에서의 눈에 보이는 승리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차원 높은 이상의 실현을 기대했을 수많은 “킹 메이커”들의 실망감이 느껴져 왠지 모르게 힘이 쭉 빠지는 하루였습니다. 결국 그 모든 이상도 정치라는 실질적인 게임의 룰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공허한 외침인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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