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사 메시지를 받으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진짜 온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내는 추석은 연휴도 아니거니와 혼자여서 별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동아리에서 마련한 송편과 만두를 나눠먹었지만 뭔가 부족하다. 추석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친척들이다.
설날과 추석에는 모두 외할머니 댁에 모여 북적북적 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네 가족이 모두 모이니 흥이 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추석에 빠질 수 없는 할머니 표 추석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지면, 일 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모두에게 더 바랄 것이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추석하면 ‘good old days’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다 같이 모여 북적거리는 것도, 추석음식도 좋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사촌동생들과 할머니를 졸라 옛날이야기 듣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옛 이야기를 한참해 주시다가 새벽에 배고플 때 되면 자라고 하시지 않고 낮에 남은 삶은 고구마를 내주셨고 김치도 찢어서 입에 넣어주셨다. 그렇게 또 먹고 나서는 우리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며 추석을 마무리했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믄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영화를 볼 때, 노래를 들을 때도 내용이 어떤지 궁금해 하고 기대한다.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정보 전달만하는 것 보단 이야기가 덧붙여지면 흥미롭다. 하지만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주변에 언변에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는 글 쓰는 게 더 편하고 즉흥적인 말 주변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연이나 발표를 잘하는 비법은 말할 때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텔링’기법을 추천한다는 한 강연자의 이야기에 크게 동의해 마음에 새기며 언변기술을 키우려 노력했었다.
재미났던 할머니 이야기가 남긴 ‘임팩트’를 떠올리면서. 대화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중 느끼는 점은 언어를 배울 때 매번 제일 어려운 것은 말하기라는 점이다. ‘외국어 하랴’, ‘이야기도 만들랴’ 멀티를 해야 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는 요소에는 말을 조심하고 아낄 때는 아낄 줄도 안 다라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세치의 혀로 망한다고 말하듯이. 말을 잘하는 것은 어쨌든 정말 어려운거 같다. 바른 마음가짐에서 좋은 말이 나올 테니 화법의 기술 터득 전에 마음과 생각의 자세부터 똑바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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