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88%, 데이트 상대 남성 정확한 문법 사용하는지 봐
▶ “문법으로 사람 평가는 잘못”

샘과 케이티 본 퀸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퀸은 샘이 보낸 이메일이 너무 맘에 들어 그를 데이트상대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메일은 오자나 문법적 오류가 전혀 없었으며 글쓴 사람의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고 퀸은 설명했다.
【문법실력과 데이트】
제프 코헨은 온라인 데이트 알선 사이트를 통해 만나기로 한 여성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유는 그녀가 보내온 마지막 이메일 메시지에 가시처럼 박혀 있던 문법오류 때문이었다.
코헨은 그 여성과 맨해턴의 유명주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마도 첫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 탓이었는지, 그녀는 약속장소를 재차 확인하는 이메일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그 마지막 문장의 마지막 단어가 코헨으로 하여금 데이트 파기 결정을 내리게 만든 것이다.
이메일의 끝 문장은 “거기서 뵙죠”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거기서’에 해당하는 ‘there’를 ‘그들’의 소유격인 ‘their’로 잘못 썼다는 점이었다.
there와 their는 발음은 같지만 뜻은 완전히 다르다.
코헨은 그녀의 이메일 메시지를 읽는 순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문맥상으로 볼 때 there 대신 their을 쓴 것은그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글 쓴 사람의 지적수준을 의심케 만드는 중대한 오류”였다.
코헨은 there와 they’re, their를 혼동하는 여성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고양이를 몹시 좋아할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에겐고양이 앨러지가 있다.
그녀를 직접 만나면 마치 고양이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계속 재채기만 해댈 것 같은 두려움에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취소했다. 둘의 데이트는 시작도 하기 전에 그렇게 끝났다.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온라인상에서 문법에 대한 범죄수준의 ‘대량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속어와 축약어가 난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른 동음이어가 문맥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사용된다.
여기에 맞서 문법을 지키려는 맞불노력도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 두 세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격전지가 바로 온라인 데이팅사이트다.
코헨도 뜻을 같이 하는 미혼 동지들과 함께 데이팅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점검하고 문법적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에 합류했다.
이들은 문법을 무시한 “무식충만”한 이메일이 예비 연인 사이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시해가며 ‘바른 글 쓰기’ 계몽활동을 펼치고 있다.
콜럼비아대학 언어학 교수인 존 맥호터는 “문법 속물주의는 이 시대의 용인된 마지막 편견 가운데 하나”라며 “공공연한 계층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기던 에너지가 이제 문법 망가뜨리기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헨은 앱(app)을 사용해 예비 데이트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질을 평가한다.
채점을 뜻하는 ‘그레이드’로 명명된 앱은 메시지에 숨어 있는 오자와 문법오류를 잡아낸 후 사용자에게 각각 A+에서 F까지의 문자등급 성적을 매긴다.
메시지에 흔히 사용하는 인사말인 “잘 지내니” (What‘s up)를 wassup으로 줄여 쓰거나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 한번 사는 거야)등의 축약표현이 적발되면 점수가 깎인다.
데이팅 사이트인 매치(Match)는 최근 전국의 미혼자 가운데 5,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상대를 선정하거나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사용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여성의 96%, 남성의 91%는 개인의 위생 상태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개인의 위생 상태에 이어 2위로 꼽힌 평가기준이 바로 문법실력이었다.
매치의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88%, 남성의 75%가 데이트 상대가 정확한 문법을 사용하는 지를 가장 주의깊게 본다고 말했다. 신뢰감과 치아상태는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뉴요커인 그레이스 골드는 “문법이 정확한 메시지를 받은 뒤 전화를 통해 그에 걸맞는 목소리를 들으면 한마디로 필이 확 꽂힌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곳곳에 오자가 널려있고 끔찍한 문법적 오류가 끼어든 텍스트메시지를 보내온 예비 데이트 상대는 즉석에서 까이고 만다. 그레이스는 자기 소개서를 몽땅 소문자로 써온 남성을 ‘후보명단’에서 삭제해 버렸다고 밝혔다.
언어는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다. 최근 들어 문법을 외면한 일상적인 구어체 사용이 증폭하면서 인격판단의 기준으로서 문법의 중요성은 오히려 강화됐다.
‘아메리칸 다이얼렉트 소사이어티 신조어 연구책임자로 있는 벤 짐머는 “이전에는 대화의 내용과 전후관계 속에서 새로운 유행어와 조어, 축약어 등의 뜻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지만 요즘 이메일, 텍스트, 인스턴트메시지에 수시로 등장하는 신세대의 일상어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이들이 언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속수무책으로 언어가 해체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20대에 목격한 언어해체 현상이 50대에 접어든 후 다시 나타나는 등 주기적으로 순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비 데이트 상대가 보내온 이메일의 문법 오류와 오자에 대해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의 글에서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자동 교정회사 그램머리(Grammary)의 공동창업주인 막스 르트빈은 “많은 사람들이 글의 질(quality)을 기준삼아 그의 노동윤리를 파악한다”며 “문법을 무시한 요령부득의 글을 쓰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앱을 사용해 데이팅 사이트 이하모니(eHarmony)에 올린 가입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 코헨은 2개의 오자를 낸 남성은 문법적 실수를 전혀 범하지 않은 남성에 비해 여성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받을 확률이 14%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예외였다.
정확한 철자법과 문법을 구사하는지 여부와 이들이 데이트 상대를 만날 가능성과는 거의 상관이 없어 보였다.
동성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게이 데이팅 사이트 Grindr의 최고경영자인 조엘 시마카이는 “자기소개서의 잘못된 철자나 문법적 오류를 근거로 데이트 상대를 선별한다는 주장은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비주얼이예요. 매력적인 용모를 지녔으면 짝을 만나는건 금방이예요. 문법? 아니 지금 농담하슈? 우리 고객들 중에는 그런거 따지는 사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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