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가까운 사법리스크에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 ‘공전’
▶ 2심 무죄후 기업인수 잇달아·이재용 글로벌 행보도 가속화
▶ 반도체 기술력 회복 및 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도 산적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7.8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이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16일 긴장감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2023년 2월 1심에 이어 1년 만인 지난해 2월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데 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지 않겠냐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외부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도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혐의로 기소된 지 벌써 5년 가까이,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벌써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가 이어진 데 따른 그룹의 심각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그룹의 위기가 심화했다.
2017년 3월 당시 9조3천억원 규모로 하만을 인수한 뒤 삼성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시계도 사실상 8년 넘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2심 무죄 선고 이후로는 사법 리스크 해소 기대와 함께 그룹의 경영 활동이 점차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5천억원에, 5월에는 독일 공조업체 플렉트를 2조4천억원에 인수하는 등 그룹 차원의 빅딜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하기로 계약하기도 했다.
이 회장도 올해 들어 중국과 일본, 미국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경영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초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뒤 일본을 연달아 방문한 이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글로벌 재계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강화와 신성장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이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결할 경우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그룹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기술력 회복과 실적 개선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6개 분기 만에 5조원을 하회하는 등 실적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독주하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가운데 후발 중국업체의 추격이 거세다.
AI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납품이 지연되면서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준법감시 및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통한 경영 리스크 최소화,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등 숙제도 이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이어진 총수의 사법 리스크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삼성 그룹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며 "삼성 입장에서는 이 회장의 무죄 확정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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