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저질’ 고착화로 하강곡선 中경제에 큰 타격
(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멜라민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대외 신인도가 급전직하는 양상이다.
분유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문이 유제품을 넘어 가공식품과 사료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미국,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확산돼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높인 지 불과 보름도 채 안돼 터진 멜라민 분유 파문으로 대외신인도가 추락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 식품 거부 움직임이 현실화하는가 하면 ‘중국산=저질’ 이미지가 고착화돼 중국 상품의 경쟁력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멜라민 파동의 시발점이 된 싼루는 젖혀두고라도 멍뉴, 광밍, 이리 등 액체우유 생산업체들은 국가질량총국이 ‘명품’으로 지정한 중국의 대표급 브랜드다.
국가질량총국은 2001년부터 ‘중국명품’ 선정을 시작해 지금까지 1천975개의 ‘중국명품’과 10개의 ‘중국이 만든 세계명품’을 탄생시켰다. 자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는 작전인 셈이다.
그러나 질량총국은 뒤늦게 멜라민 파문에 연루된 우유업체 3곳의 ‘중국 명품’ 지정을 철회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중국명품’이 이런 정도인데 다른 제품은 어떠랴는 중국산 외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을 불안에 떨게 한 중국발 식품안전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 영양분이 없는 저질 분유가 전국에 유통되면서 수십명의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저질분유로 영유아들이 머리만 커진 대두증 증상이 영상으로 전해지면서 이미 큰 충격을 줬다.
2005년의 경우 중국에서 유통 중인 고춧가루, 고추장 등 고추제품 가운데 4분의 1가량에서 발암물질인 수단색소(쑤단훙·蘇丹紅)가 검출됐다. 수단색소는 붉은색을 내게 하는 것으로 가죽과 섬유류 공정에 주로 쓰여, 식용으로 사용해선 안된다.
2006년에는 수육정(瘦肉精)이 첨가된 사료로 키운 돼지고기를 먹은 상하이 시민 300명이 식중독에 걸리면서 파문이 일었다.
수육정은 사육 중인 돼지의 지방축적을 막아주는 돼지 사료 첨가제다. 수육정을 사료에 첨가하면 6개월 키워야 하는 돼지를 2-3개월로 단축할 수 있으나 시장에 내놓기 전 수육정 첨가를 최소 15-30일 중단해야 검출이 안된다.
이른바 ‘수육정 돼지고기’를 섭취했던 당시 상하이 시민들은 현기증과 피로, 근육떨림 현상으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불량 애완동물 사료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 애완동물인 개와 고양이가 특정회사의 사료를 먹고 병들거나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6천만 캔 또는 봉지의 사료 수거조치가 취해지고 애완동물 주인들이 집단소송을 내는 사단이 벌어졌다. 미 식품의약국(FDA) 조사 결과, 문제의 사료회사는 원료인 밀단백질을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밝혀져 중국산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납성분이 포함된 페인트를 사용한 어린이 장난감, 발암물질이 첨가된 치약 등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은 도처에서 증폭돼왔다.
이처럼 하나 둘 쌓여온 중국발 식품안전사고와 불량상품 사건이 중국산 전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실제 근래 몇년째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질주하던 중국 경제에 베이징 올림픽 폐막 후 급격한 투자 위축과 미국발 신용 위기, 그리고 멜라민 분유 파문이라는 ‘삼각 파도’가 덮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더욱이 멜라민 분유 파문이 중국산 보이콧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중국정부와 국민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명품’ 육성과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에 노심초사해온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거니와 중국산 불신이 불신이 대(對) 중국 투자를 위축시켜 자국 브랜드의 가치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23일 국제사회를 향해 사과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 분유 파동에 매우 참담함을 느끼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중국 제품이 국제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산 이미지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중국 포털 사이트 등에는 중국산이 ‘저질 또는 불량’이라는 이미지를 한동안 벗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섞인 글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1978년 12월 덩샤오핑 주도로 개혁개방을 결정한 이래 고속 성장해온 중국에 이번 사건이 최대의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중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발상은 여기에서 나온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식품에서 첨단제품에 이르기까지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악화일로의 멜라민 분유 파동이 중국 경제에 얼마나 큰 변수가 될지는 한동안 두고 봐야 할 일이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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